SK는 수년간 ‘시스템 야구’를 주창해왔다. SK는 ‘시스템 야구’의 뼈대는 만들었지만 그 내용을 채워 넣기 위해 염경엽 단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SK 류준열 사장은 염경엽 단장 영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때 구단 내부자료를 한가득 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SK가 그리고 있는 ‘시스템 야구’의 실체가 든 자료였다.
최근 수년간 SK는 시스템 야구를 주창했지만, 그에 대한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말로만 시스템을 외쳤지, 도대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류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부임한 뒤, 1군과 2군 코칭스태프가 모여 ‘육성회의’를 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토대를 만들었다. 육성에 대한 프레임, 즉 뼈대는 만들었는데 그 알맹이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SK의 시스템은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KBO리그에서 두산처럼 육성능력이 강한 팀이 성공하면서 투자의 시선이 육성시스템으로 옮겨갔다. SK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수단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선수의 스카우트, 육성 및 군입대, 그리고 1군 활용과 세대교체까지. 입단부터 퇴단까지 선수별로 개별화된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SK 류준열 사장-염경엽 단장(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 시스템야구의 또 다른 줄기는 타자친화적인 홈구장 환경을 고려한 기조다. 장타력과 공격야구에 초점을 맞춰 팀 전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미 정의윤과 최승준을 각각 트레이드와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LG에서 데려와 재미를 보는 등 성과도 나왔다.
류 사장의 말대로 이제 막 뼈대를 잡은 상태다. 염 단장에게 이러한 구단의 비전과 육성 관련 매뉴얼에 관한 내부 자료를 완전히 오픈했고, 육성에 최소 3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단장으로선 이례적인 3년 계약을 제시했다.
류 사장은 부임 첫 해인 지난해 받은 스트레스를 통해 느낀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대개 이럴 때 단기투자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지만, SK는 중장기적 시스템으로 눈을 돌렸다. 류 사장은 “단기간의 성적을 위한 투자는 피상적인 부분을 건드는 것이다. 오래 갈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경험하면서 느꼈다. 근본적인 걸 바꿔줘야 성적으로 돌아온다. 그 근본이자 원인을 해결하는 게 바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육성 시스템을 확립하는데 필요하다고 본 3년, 그 사이 사장은 구단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류 사장은 “내가 가도 구단은 남는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얘기하는 건 명군구단, 그리고 자립률이 높은 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SK는 구단주 지시 아래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팀의 방향성과 시스템 구축으로 눈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