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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유엔 출마 제동 가능’.”
유럽 한인사회를 독자층으로 확보했다는 A인터넷 매체는 7일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 ‘기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신임 사무총장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퇴임한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수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만약 반 전 총장이 유엔 결의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대해서도 유엔 결의를 준수하라고 강제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 유엔 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1946년 유엔 총회 결의안을 근거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 결의 위반이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1∼7대 전직 사무총장들이 이 결의를 준수해 유엔의 전통을 이어갔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직 사무총장 가운데 퇴임 후 고국에서 공직에 진출한 인사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4대 사무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4년 후인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테흐스 총장이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도 확인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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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드는 ‘가짜 뉴스’
올 상반기에 치러질 수 있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기승을 부렸던 ‘가짜 뉴스’가 한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12일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더 주목된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마치 진짜인 양 정리한 기사를 뜻한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는 ‘카더라 통신(유언비어)’과는 다르다. 다른 인터넷 매체 같은 사이트가 있고 기사체로 쓰였으며 출처도 존재한다. A매체도 ‘기사’의 출처라며 SNS 게시글 3개를 링크했다. 이 링크를 따라가면 반 전 총장을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글로 연결된다. 그러나 11일 현재 A매체의 ‘기사’에서는 출처 부분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 기사를 다른 SNS에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고 퍼 나르면서 ‘유엔법 위반’ 글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반기문 출마 유엔법 위반’을 검색하면 해당 기사를 링크하거나 인용한 SNS 게시글이 수십 개가 나타났다. 게시글에는 “법을 지켜라. 출마하지 말라”는 내용의 비난 댓글도 달렸다. 전직 경찰 간부까지 이와 유사한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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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가짜 뉴스와 전면전 선포
해외에서는 가짜 뉴스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 피자가게 ‘코밋 핑퐁’ 지하실이 근거지다”란 가짜 뉴스가 퍼져 이를 진짜로 믿은 남성이 피자가게에 총을 쏘기도 했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는 러시아 등이 가짜 뉴스로 선거판을 흐릴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가짜 뉴스 대응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며 적극 대처할 뜻을 나타냈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거짓 정보를 퍼뜨려 독일을 흔들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새해 첫날부터 가짜 뉴스로 들썩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크리스마스 예배에 이어 신년 예배까지 불참하자 ‘BBC뉴스 UKI’라는 트위터 계정에 ‘충격: 버킹엄 궁이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영국 왕실이 “여왕은 심한 감기로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가짜 뉴스는 SNS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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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tigermask@donga.com·차길호·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