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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장품 보복에… 수출 영토 확장나선 ‘뷰티 코리아’

입력 | 2017-01-12 03:00:00


 한국 화장품의 수출 영토 확장 바람이 거세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빨간불이 켜진 중국 시장을 벗어나 미개척지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급성장 중인 중동은 물론이고 화장품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문도 두드리기 시작했다. 

 늘 무역수지 적자 품목이던 화장품을 2014년부터 ‘수출 효자’로 탈바꿈해 준 나라는 중국이었다.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41.1%에 달한다. 홍콩 상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수입해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해 홍콩까지 포함하면 65.9%나 된다.

 그런 중국이 한국 화장품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드 배치 관련 보복성 조치에 이어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강해지고 있다.

 이선화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다. 한국 화장품 기업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中 의존도 벗어나 신개척지로

  ‘건조한 사막기후, 에어컨 바람, 짙은 화장, 단 음식….’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연구원들이 중동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연구했던 항목들이다.

 UAE에서 미인은 얼굴 윤곽이 뚜렷하고 균일한 피부톤을 가진 여성이다. 하지만 강한 햇볕과 건조한 바람 탓에 색소침착 현상이 잦고 다크서클도 잘 생겨 고민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피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색조화장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찾아냈다. UAE를 공략할 품목은 이렇게 색조 브랜드로 정해졌다.

 11일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색조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앞세워 중동 진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올해 하반기(7∼12월)에 UAE 두바이에 에뛰드하우스 1호 매장을 내는 것이 목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동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지역 시장을 분석해 왔다. 중동의 트렌드를 이끄는 두바이에 거점을 마련해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지난해 5월 두바이에 중동 현지법인을 세웠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중동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80억 달러(약 21조5244억 원)에서 2020년 3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 15% 수준이다.

 이란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끌었다. 화장품 회사들은 중동 시장에서 한류가 더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종합상사 기업인 코오롱글로벌은 이란 무역투자회사 JBP와 화장품 유통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체결했다. 올해 안에 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2006년 요르단을 시작으로 UAE 등에 64개 매장을 두고 있다.


○ 미국 유럽 선진시장도 넘본다

 한국 화장품의 궁극적인 꿈은 선진 시장에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 로레알그룹, 미국 에스티로더그룹의 고향인 화장품 선진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화장품을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지만 그 비중은 7.3%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이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갈 길은 멀지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등을 중심으로 한 선두 기업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9월 미국 화장품 공급업체 웜저와 손잡고 미국 화장품 ODM기업 프로세스 테크놀로지 앤드 패키징(PTP)을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안에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미국 뉴욕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에 한방화장품 ‘설화수’를 운영 중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한국을 넘어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의 새 길을 ‘아시안 뷰티(Asian Beauty)’로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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