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메모리 분야 세계1위, 삼성 반도체 신화의 비결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왼쪽)이 1983년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이른바 ‘도쿄구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가운데)등 임원들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1층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은 삼성전자가 전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1993년 이후 25년째 수성하고 있는 시간을 초단위로 나타내고 있었다.
기흥사업장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약 5조 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심장이다.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삼성전자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으로 구해 낸 일등공신이었다.
○ ‘반도체인의 신조’ 외치며 초심 유지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런 초심 덕분에 기술 투자로 경쟁 기업들을 더 멀리 따돌린다는 의미인 ‘초격차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1등이 된 지 25년째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빨리 혁신에 나설 수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반도체 부문이었다.
삼성전자는 1983년 이병철 당시 회장의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미국 마이크론 등 선진 기업에 기술 동냥을 하러 다녀야 했다. 미국 출장팀은 현지의 텃세와 견제 속에서도 손뼘과 발걸음으로 생산라인 크기를 쟀다. 밤에는 함께 모여 라인 설계도를 그렸다. 전국에서 불러 모은 100명의 기술자는 삼성의 첫 반도체 제품인 ‘64K D램’ 양산 성공을 다짐하며 64km 행군 길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한 뒤 이듬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1위, 2002년 낸드플래시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 수요 급증으로 인기가 높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위기 때마다 혁신과 투자
2008년 4분기(10∼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987년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해 5월 취임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현 부회장)은 오히려 ‘워크 스마트’를 선포했다. 권 부회장은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해도 경쟁력이 강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PC 시대’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전원을 꼽는 플랫폼에 안주해 있을 때 삼성전자는 모바일에 적합한 저전력 제품 연구에 매진했다. 세계 5위권에 머물러 있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비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자체 시스템 반도체인 엑시노스를 내세워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2분기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1.3%로 1위 인텔(14.7%)과 격차를 더 좁혔다. 인텔의 시장점유율과 비교해 76%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2008년엔 인텔의 50% 수준이었다. 인텔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13∼15% 선에 머무는 동안 삼성은 같은 기간 6.5%에서 11.6%를 기록하며 2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용인=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