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55% 안팎의 지지도를 유지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없는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런데 그의 부인 미셸 여사는 ‘남편(대통령)보다 더 인기 있는 퍼스트레이디’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미셸 여사의 국민 호감도는 64%에 달했다.
열성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미셸을 2020년 대선에 징집하자. 지금 바로 시작하자”고 자발적 캠페인을 펼칠 정도로 미셸 여사의 인기는 대단하다.
곧 백악관 안주인 자리에서 물러나는 미셸 여사는 6일 학교 상담교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퍼스트레이디로 지낸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 나 또한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퍼스트레이디였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이어 “나는 우리의 청년들이 그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며 “그러니 절대 두려워 마라. 집중하고, 굳은 결의를 품고, 희망을 갖고, 능력을 갖춰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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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셸 여사는 공개 연설 도중 일부 청중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해 주세요”라고 외치면 정색하고 “조용히 해 주세요”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백악관에 다시 들어갈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셸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엄청난 공감 능력을 가진 건 분명하지만 공직에 나설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인터넷 정치 매체들은 “미셸의 2020년 출마 가능성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 그녀는 남편의 정치적 업적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도 퍼스트레이디 시절엔 ‘대통령 출마설’을 극구 부인했다”고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