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건 파문 장기화 조짐
더불어민주당이 6일 당 싱크탱크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의 진상을 조사했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의 거취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고, 다른 대선 주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보고서 파문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진상조사위, 기초 사실 관계도 “밝힐 수 없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격론 끝에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추미애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위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보고서 내용과 배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그러나 김 원장 거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상호 원내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은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친문(친문재인) 성향 최고위원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비문 반발, “‘보이지 않는 손’ 오해 또 생겨”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이날 당 지도부가 보고서 파문을 미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저지 문건’은 공당의 공식 기구에서 벌어진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당의 사당화, 패권주의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다. 반성과 성찰, 시정을 요구한다”며 지도부와 친문 진영을 겨냥했다. 김부겸 의원 측 허영일 공보특보도 “추 대표가 보고서의 편향을 인정하고 진상 조사를 지시했는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미적거리면 자칫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는 오해가 또 생긴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김 원장의 최초 해명과 다른 부분이 있거나, 비문 진영의 추가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김 원장은 3일 보고서 배포 범위에 대해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8명)과 5명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5명 중 최소 2명은 보고서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전달받은 당사자 외에 추가로 본 사람이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비문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친문 진영이 이 당의 성역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비문들
당내 갈등이 커지자 문 전 대표 측도 자제를 당부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끼리 과도한 비난은 옳지 않다. 잘못된 일”이라며 “동지들을 향한 언어는 격려와 성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김진표 의원이 보던 문제의 문자메시지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비서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6급 비서 A 씨는 “우리 당의 유일한 후보가 사실상 문 전 대표고, 김종인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골탕 먹이고 있는 중”이라는 문자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