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인문학자들이 이 금언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옛 성현들의 지혜 속에 이미 오늘날 우리 삶의 교훈들이 담겨 있다는 뜻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도덕적 명제들 역시 수천 년 동안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는 오늘날 시대의 과제가 된 창조의 영역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의 창조행위도 뭔가 새롭게 만들어낸다기보다 기존의 것들을 다시 조합하고 재구성하거나 편집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태만하다 함은 세상사에서 ‘차이’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반복되는 것 같은 역사 속에서도 시대에 따라 사건의 엄밀한 차이들이 있으며, 그 차이를 보는 것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는 방법입니다. 인간이 기술한 역사는 법칙이 아니라, 그 역사적 자료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입니다.
고전의 샘에서 목을 축이고, 그 풍요한 샘에 몸을 담그는 기회는 우리 삶에서 소중하고 유익합니다. 하지만 그 샘에 빠져버리면 삶을 놓치게 됩니다. 고전은 변하지 않는 삶의 지침들을 모두 담고 있어서 우리가 떠받들어야 할 경전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해 그 내용을 걸러내 활용하는 훌륭한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물론 인간은 신이 아니므로 ‘무(無)로부터 창조’할 수 없습니다. 문화적 유산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적당한 조합과 재구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중세 때부터 내려오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라는 금언입니다.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도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오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더 멀리 볼 수 있었고’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었습니다. 창조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 그 어느 순간에 주어지는 고귀한 보상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새로움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 확인됩니다. 부모의 존재가 아이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창조적 새로움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새 생명이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존재인 것입니다. 일상의 변화에서 새로움을 느낄 줄 아는 감성과 지혜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일상의 시간도 새로움을 가져옵니다. 100세를 사신 분에게도 2017년은 새로운 한 해인 것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많다’라고 할 때 삶은 능동적이고 활력으로 넘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