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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김범수]아직도 公私 구분 못하는 대통령의 꼼수

입력 | 2017-01-04 03:00:00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2017년 1월 1일 새해 첫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수(新手)’였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꼼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바둑에서 꼼수는 정석에 따른 ‘정수(正手)’로 어찌할 방법이 없을 때 상대방이 실수하기를 바라며 두는 요행수를 일컫는다. 운이 좋아 상대방이 걸려들면 승부를 뒤집는 ‘묘수(妙手)’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승부를 망치는 ‘악수(惡手)’로 귀결된다. 게다가 너무 자주 쓰면 예의가 없다고 욕먹기 딱 좋은 수가 꼼수다. 

 작년 가을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한때 ‘정치 9단’으로 불리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로 선거판을 뒤흔들던 ‘선거의 여왕’은 사라지고 꼼수만 연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년 10월의 개헌 카드도 그렇고 12월의 임기 단축 카드도 그렇고 대통령 본인은 묘수라고 생각하고 던진 수가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무언가를 감추려는 대통령의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 출석도 거부하는 대통령이 새해 첫날 갑작스럽게 기자들을 불러 모아 ‘티타임’이라는 형식으로 간담회를 가진 의도가 무엇인지, 참석 기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지참을 금지하고 사진 촬영을 불허한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위법성 논란을 최대한 피해가면서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의도다. 의도가 드러난 꼼수는 결국 악수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이번 간담회는 이런 의미에서 악수다.

 게다가 이번 간담회는 청와대 공식 라인인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기자들을 모으고 예산으로 다과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명시한 헌법 65조 3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탄핵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본다면 이번 간담회는 악수 중의 악수다.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꼼수를 통해 승부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정석대로 승부하는 길이다. 특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헌재 재판정에 나가 사실을 밝히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석에 따른 최선의 수다. 자꾸 꼼수를 던져 국민을 이기려 하지 말고 지더라도 정석대로 승부해 국민에게 지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임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대통령의 꼼수가 과거에는 통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이제 더 이상 국민은 속지 않는다. 꼼수를 거두고 지더라도 정석대로 승부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