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취준생 “그림의 떡” 울상 LH, 주인 자산 따지고 절차 복잡… 학교주변 복덕방 대부분 취급 안해 원룸-고시원은 지원 대상서 빠져… 일부 집주인은 반전세-월세 요구
○ 비싸고 멀고 열악하고…
지난달 청년전세임대주택 대상자로 당첨된 충북 출신의 대학생 이모 씨(23). 그는 서울 성북구의 부동산 20여 곳을 방문해 매물 4개를 소개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가는 곳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부동산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말하니 외진 곳에 자리한 낡은 집을 보여줬다. 하수구 냄새가 심하고 주변에 폐건물도 많았다”며 “어차피 월세 받기 힘든 집이니 정부 지원금을 받는 입주자라도 받아 보자며 내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여모 씨(23·여)는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높게 부르는 전세금에 여러 번 계약을 포기했다.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더 비싸게 받거나 반전세, 월세를 따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 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금 규모를 아는 집주인들이 아무리 낡아도 상한선인 8000만 원을 요구한다”며 “7000만 원을 부르는 집은 한 달 관리비를 20만 원씩 요구해 사실상 월세를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 빛 좋은 개살구에 두 번 우는 청년들
까다로운 조건과 복잡한 절차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앞에 많은 원룸이나 고시원은 수요가 많지만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용면적 60m² 이하,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가압류가 걸려 있거나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면 안 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을 위해 시행 중인 주거지원 정책은 제도와 현장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인센티브를 만들어 집주인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유럽과 미국처럼 재산세를 감면해주거나 집 수리비를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