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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살길이다”… 재계, 비장한 시무식

입력 | 2017-01-03 03:00:00

키워드로 본 주요기업 CEO 신년사




 

국내 주요 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이 2일 오전 시무식을 열고 일제히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6년을 보내고 새해 처음 발표된 메시지를 종합하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경고 △과감한 투자와 변신 다짐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 등 ‘3대 키워드’로 압축된다. 해마다 위기를 경고하며 구두끈을 고쳐 맸지만 올해 신년사에 담긴 긴장감은 어느 해보다 크다는 게 재계의 중평이다.


○ 여느 때보다 커진 불확실성

 

2일 오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위부터) 등 주요 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이 새해 경영 방향과 각오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각 회사 제공

주요 총수 신년사마다 빠짐없이 등장한 단어는 ‘불확실성’이었다. 이달 정권을 넘겨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펼칠 전망인 데다 중국과의 통상 마찰도 예고돼 있다. 상반기(1∼6월) 중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가 예상되는 국내 정치 상황도 유동적이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빠른 등장이 기존 기업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신년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정 회장은 시무식에는 불참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AI 등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의 양상과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며 “사업 기회와 성과로 연결되는 연구개발(R&D)에 더욱 매진해야 하며 제조 분야도 틀을 깨는 시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력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등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도 4차 산업혁명 소용돌이 속에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보호무역 중심의 경제질서 재편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격랑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될 것 같다”면서 “올해 기업 하는 사람들이 믿고 의견을 구할 곳은 이제 대한상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와해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 해법은 투자와 변신

 모든 게 불확실한 때일수록 ‘투자’와 ‘변신’을 통한 정면 돌파가 해법이라는 게 올해 재계 신년사가 전하는 두 번째 메시지다.

 정몽구 회장은 “고급차, 친환경차 등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겠다”며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밖에서 불어오는 위기의 바람을 우리가 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소프트파워 혁명의 시대에 대비해 10년 뒤의 신기술, 신사업, 신시장을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중용(中庸)에 나오는 고어 ‘남이 한 번에 성공할 때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을 하면 나는 천 번을 하겠다(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를 인용하며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3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시무식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새해 복 많이 만듭시다’로 바꾸자”고 인사했다. 이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경영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내부로부터의 근본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고 주문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마부정제(馬不停蹄)’의 기치를 내걸었다. 마부정제는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권 회장은 “‘내가 곧 포스코다’란 주인의식으로 다음 50년의 도약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황창규 KT 회장은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자승자강(自勝者强)’을 강조하며 사물인터넷(IoT), AI 등 신규 사업 분야에서 1등을 달성할 것을 주문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재계 수장들의 신년사에서는 유독 과감한 투자라는 키워드가 돋보인다”며 “지난해 어려움을 겪은 기업도 많지만 대체로 예상외 실적을 거두며 그만큼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쌓아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현금을 쌓아두던 기업들이 선제적인 투자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대응법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 지난해 실수에 대한 반성도

 지난해 사업 및 경영 측면에서 내우외환을 겪었던 기업들은 신년사에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도 담았다.

 2015년 형제 간 경영권 싸움, 2016년 검찰 수사를 거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존경받는 준법 기업이 되자’는 비전을 내세웠다. 신 회장은 “‘준법경영위원회’ 등 도덕성 확보와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임직원 개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자율적 행동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던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을 언급하며 ‘완벽한 쇄신’을 다짐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되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시무식에서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가 더 많은 승객의 불편이 된다면 서비스라 지칭할 수 없다”며 거시적 시각과 안목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것을 요청했다. 최근 한 중소기업 사장 아들의 기내 난동 사건 대처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종합 / 정리=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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