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시조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정진희 씨
모국어를 배우고 익히고 말하고 쓴 지 60년이 다 돼 가는데, 나는 아직 무엇을 쓰고 어떻게 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우리글이 가지고 있는 그 무궁무진한 세계를 우리 고유의 정형시 ‘시조’에 맛깔스럽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죽었을까 들여다본 겨울나무가 새파랗게 깨어나 솜털 보송보송한 새잎을 내는 것을 봅니다. 신춘(新春)이란 그렇게 사그라졌던 것을 다시 살려 숨쉬게 하는 뜻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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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시조 한 수로 아침 인사를 나누고, 시조 한 수로 사랑의 말을 나누고, 시조 한 수로 그리움을 남긴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시조가 세계적인 공용어가 되기를 감히 꿈꾸어 봅니다.
△1959년 전북 익산 출생 △원광대 경영학과 석사 △익산농협 북일지점장
이근배 씨(왼쪽)와 이우걸 씨.
▼ 개성적 시각으로 푼 시적 미학 이미지 빚어내는 능력 뛰어나 ▼
[심사평]시조
신춘문예 응모작을 읽는 작업은 보물찾기와 다름없다. 좀 더 유형화되지 않은 작품, 건강한 시 정신, 깊은 사유가 담긴 심미적 감각, 그리고 내일을 능동적으로 열어 나갈 수 있는 활력 등을 갖춘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꿈을 늘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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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를 안고’는 유일한 단시조였다. 성공한 단시조야말로 시조가 닿아야 할 종가(宗家)다. 그러나 신춘문예와 같은 경쟁장에선 함께 응모하는 다른 작품과 더불어 충분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와온에서’는 오래 노력해 온 시인의 경륜이 읽히지만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마도를 그리다’는 역사적 소재를 자기 시각으로 시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지만 시적 담론을 구축해 내는 형상력이 부족해 보였다. ‘화성 들어올리다’는 대상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돋보였지만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각이 안 보였다. ‘산수유 기차’는 쉽게 읽히는 발랄한 작품이지만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자반고등어’에 뜻이 모아졌다. 시적 미학을 빚어내는 자기만의 시선이 있었다. 대상을 바라보는 개성적 시각, 이미지를 빚어내는 능력 등 전반적인 면에서 신뢰를 주었다. 축하와 아울러 대성을 빈다.
이근배·이우걸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