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보물’ 특별전
고대 이집트에서 남성 미라에 씌운 가면(위 사진). 기원후 1세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점토 위에 금박을 입혔다. 부유층의 목관은 화려했다. 기원전 700년경 만들어진 ‘토티르데스의 목관’(아래 사진) 표면에는 사후 세계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 채색화가 그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사후심판은 죽은 이의 증언만 믿고 통과시켜 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후세계를 그린 ‘사자의 서(書)’ 파피루스(대영박물관 소장)를 재연한 전시 동영상은 심판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오시리스는 죽은 이의 심장과 깃털을 양팔 저울에 나란히 달아 본다. 죄를 지어 무거워진 심장이 아래로 기울면 괴물 아무트가 심장을 먹어치운다. 이렇게 되면 사자의 영혼은 영원히 소멸돼 내세에서 안락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개최한 ‘이집트 보물전’은 단순히 이집트 미라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중앙박물관은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의 사람과 동물 미라를 비롯해 목관, 석관 뚜껑, 조각품, 장신구 등 총 229점의 유물을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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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민들은 화려한 목관이나 석관을 쓰지 못하고 질이 낮은 나무나 흙으로 만든 관을 사용했다. 일부는 오랜 무덤을 도굴해 부장품을 재사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시된 제18왕조 시대(기원전 1539년∼기원전 1292년)의 ‘봉헌의식 새김돌’은 기존 문구와 다른 문장이 나중에 새겨진 흔적이 보인다.
전시 후반부에 비치된 ‘동물 미라’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양이와 따오기, 쥐, 딱정벌레 등 다양한 동물로 만든 미라와 관들이 전시돼 있다.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메신저로서 동물을 신성시한 이집트인들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초등학생 8000원. 내년 4월 9일까지. 02-2077-9271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