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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온 ‘대구 키다리아저씨’

입력 | 2016-12-27 03:00:00

“정부 손길 못미치는 이웃 도움을”… 올해도 1억2000만원 익명 기부
5년간 6차례 7억2000만원 쾌척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가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1억2000여만 원짜리 수표 1장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모.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사무실 밑에 와 있으니 잠깐 내려오이소.”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로 기부 의사를 밝힌 60대 남성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김미정 모금사업팀장과 김찬희 담당자가 뛰어나갔다. 짙은 색 캐주얼 재킷 차림의 남성은 승용차 운전석에서 창문을 내렸다. 직원들이 “올해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엷은 미소를 띠며 “확인해 보라”라는 말과 함께 흰색 편지 봉투 한 장을 건넸다. 봉투에서는 1억2000여만 원짜리 수표 1장과 “정부가 못 찾아가는 소외된 이웃을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적은 메모가 나왔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 남성은 2012년 1월 처음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실을 방문해 1억 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12월 중구 삼덕동 한 식당에서 모금회 직원을 만나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 달라”라는 메모와 함께 1억2300여만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그가 익명으로 기부한 금액은 5년간 6차례에 걸쳐 모두 7억2000여만 원이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