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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1년 미뤄 2018년 시행… 교육부 27일 발표

입력 | 2016-12-27 03:00:00

국정교과서 발빼는 교육부… 역사교육 2018년까지 혼선
27일 ‘시행 1년 유예’ 발표할듯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 역사 교과서의 운명이 오늘 발표된다. 교육부는 당초 계획과 달리 국정 교과서의 시행 시기를 2018년 3월로 1년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검정 교과서가 편향적”이라며 국정 교과서 방침을 발표한 뒤 수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강행 의사를 밝혀 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더구나 발표 시점을 늦추려는 청와대가 교육부와 막판까지 갈등을 빚었다. 국정 교과서 파동은 정부가 정치 환경에 따라 교과서 정책을 뒤집는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교과서는 올바른 역사 교육이 목적이라 정치와 무관하다”고 했던 이 부총리의 말은 거짓말이 된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26일 밤까지도 국정 교과서를 원하는 학교는 시범학교 등의 형태로 써보게 하는 방안 등 여러 의견이 나와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교육부와 청와대 및 총리실은 발표 시점과 내용을 두고 26일 오후까지 혼선을 빚었다. 이날 오전 교육부가 ‘27일 오전 11시 발표’를 언론에 공지한 뒤에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충분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발표 시점을 언론에 알렸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교육부가 1년 유예의 근거로 삼는 건 부정적인 여론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에 대한 의견은 23일까지 총 3807건이 제출됐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혀 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기타 의견란에 찬반 의견을 2066건이나 적었다. 부정적인 의견이 63%를 넘었다.

 1년 유예 방안은 수차례 “국정 교과서 철회는 없다”고 밝혀 온 교육부가 반대 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고른 고육지책이다. 이는 국정 교과서에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시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래 중1과 고1에게 적용되는 2015 교육과정은 2018년 3월 1일부터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교육과정을 고시하며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만 2017년 3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국정 교과서를 조기에 밀어붙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국정 교과서 시행을 1년 유예하려면 이 부총리가 교육과정을 수정 고시만 하면 된다. 교육부는 시행 시기를 1년 번 만큼 더 완성도 높은 국정 교과서를 완성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일부 원하는 학교는 내년에 국정 교과서를 써보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학생이 배우는 검정 교과서와 교육과정이 달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때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야권이 원하는 건 국정 교과서 폐기다. 그러나 2018년에 실현하긴 쉽지 않다. 검정 교과서 체제로 돌아가거나 국·검정 혼용 체제가 되려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야 한다. 이 절차에만 적어도 2, 3개월이 걸린다.

 내년 3, 4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차기 정부의 개정 작업을 거치면 6월을 넘기게 된다. 만약 대선이 6월 이후 실시되면 개정은 더 늦어진다. 이 경우 2015 교육과정에 맞춘 검정 교과서 개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국정 역사 교과서 금지법’이 내년 2월 야당 주도로 통과되고 바로 검정 교과서 개발에 들어가더라도 시간이 빠듯하다.

 아무리 빨리 검정 교과서를 개발해도 주요 내용은 국정 교과서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정 교과서도 2015 교육과정을 반영한 편찬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2015 교육과정에 따르면 국정 교과서 반대론자들에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검정 교과서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결국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후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