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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혁 기자의 축구생각]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입력 | 2016-12-23 03:00:00


 폭풍 같은 2주일이었다. 프로축구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중량급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정신없이 터져 나왔다. 이근호를 시작으로 정조국까지 특급 이적 소식의 원천은 강원FC였다.

 에이전트 업계에서는 최근 2주 사이 강원이 영입한 10명의 이적료와 연봉을 합치면 50억∼6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강원의 지난 시즌 전체 예산은 65억 원이었다. 이대로 끝날 기세가 아니다. 영입한 중량급 선수들의 수준에 맞는 외국인 선수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살림이 해마다 쪼그라드는 K리그에서 강원의 적극적 행보는 신선한 충격이다. “그동안 K리그는 모기업이 주는 예산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잘 써서 성적을 내는 구조였다. 이제 이 ‘받아 쓰는’ 틀을 깨야 한다.” 강원이 강조하는 사고의 전환이다.

 그렇다면 예산 확보가 먼저인가, 투자가 먼저인가. 강원은 투자를 우선시했다. 강원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가꿔 놓은 뒤 통 큰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프로축구는 막대한 투자로 멍석을 깔아놓은 뒤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한때 ‘묻지 마 투자’로 의심받았지만 이제 평균 관중 2만 명이 넘는 아시아 최고 리그로 우뚝 섰다.

 반대로 일본은 투자보다 생존의 길을 택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진 1990년대 말부터 J리그 구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실을 다졌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참아냈다. J리그는 올여름 영국 업체와 2조3000억 원이 넘는 중계권(10년) 계약을 성사시켰다. 대박의 비결은 리그의 탄탄한 자생력이었다.

 K리그는 J리그의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거품을 걷어내고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단아’ 강원이 등장한 것이다.

 조태룡 강원 대표는 ‘2017시즌 구단 예산 200억 원’이란 청사진을 내걸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공기업 강원랜드와 최대 120억 원 규모의 후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단 명칭권을 판매하는 협상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올해보다 늘어난 예산을 약속했다. 강원은 추가로 40억∼50억 원 규모의 마케팅 수입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올해 성남FC의 예산이 180억 원 정도였다. 지자체장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재앙이 닥친다.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 광주FC 등 일부 시도민 구단은 선수들의 임금이 체불되는 고초를 겪었다. 축구계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차피 내년 말에는 대표가 자리를 떠나게 될 텐데 너무 모험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확대냐, 내실 다지기냐, 어느 길이든 핵심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강원의 야심 찬 도전이 보상받으려면 이 전제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치혁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