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반군 포격전 재개
13일 밤 휴전 합의로 14일 오전 5시부터 시작하기로 한 반군 및 시민 수만 명의 알레포 철수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군에 포위된 채 고립된 반군과 시민들을 퇴각시키기 위해 시리아 정부가 보낸 버스들은 포격이 시작되자 차고로 되돌아갔다. 반군과 정부군은 상대편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 삐걱대는 알레포 탈출 작전
하지만 반군의 철수가 지연되는 사이 교전이 시작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반군이 알레포 북서쪽에 있는 정부군 진영을 공격하면서 휴전 합의를 깼다고 비난했다. 반군 측은 이란에 책임을 돌렸다. 시리아 반군의 법률 자문인 오사마 아부 자이드는 이란의 시아파 민병대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반군 지역에 포격을 재개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로써 러시아가 이란에 합의 준수를 이행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은 정부군 측이 반군을 도운 주민들에게 ‘피의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며 민간인 피해를 우려했다. 반군과 함께 최후의 저항을 택했던 시민 10만여 명은 점령군의 보복이 두려워 국외로 도망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반군 점령 지역을 탈출해 정부군 지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알레포 동부 4곳에서 민간인 82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으며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과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이란 등 친정부 세력에 학살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이란을 향해 “(알레포 학살이)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일갈했다.
○ 러시아의 힘이 만든 승리
경제수도 알레포도 2012년 여름부터 내전에 휩싸였다. 반군이 알레포 동부를 장악하고 정부군과 격전을 벌여 2만 명 넘게 숨지고 수십만 명이 전쟁을 피해 도시를 떠났다. 기세를 탄 반군이 시리아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아사드 정권은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들처럼 몰락하는 듯했다.
고사 위기의 아사드 정권을 기사회생시킨 건 러시아였다. 러시아가 지난해 9월 아사드 정권을 도와 본격적인 공습에 나서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미국은 ‘개입은 하되 미국의 모든 역량은 온전히 보존한다’는 외교 전략인 ‘오바마 독트린’에 따라 공중 폭격이나 지상군 투입 대신에 군사 물자를 지원하는 수준의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 반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미 행정부 내부에선 시리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다자주의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군은 알레포 전투 승리로 내전 발발 이래 최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알레포 전투가 재개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러시아는 합의 중재자이자 보증자인 터키와 긴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반군 조직은 알레포를 떠나 서쪽의 반군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이 결렬된 만큼 향후 행보는 불투명해졌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시리아인 31만2000명이 숨졌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