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주년]<상>식어버린 문화창작 열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개관 1주년 페스티벌을 펼쳤다. 이 행사에는 음악, 무용, 실험극, 콩쿠르와 강연 등 20개 국가 200여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 당시 ‘아시아 문화의 용광로’를 자처했다. 하지만 창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문화전당은 지난 1년간 방문객이 260여만 명에 이르고 예술극장과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에서 콘텐츠 제작과 연구 교육 공연 전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전시 33종을 비롯해 공연 82종, 교육 97종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문화계는 문화전당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한 것이 콘텐츠 개발 연계성이 떨어지고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관 당시 문화정보원을 맡았던 김선정 감독, 예술극장을 담당했던 김성희 감독, 어린이문화원을 총괄했던 김혁진 감독이 임기 3년을 채우고 그만두면서 현재 6명의 본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전당 관계자는 “문화창조원 예술 감독인 목진요 씨는 감독 체계에서 본부장 체제로 개편되자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목 씨는 이후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영상 감독을 맡았다.
지역의 문화예술 시민사회단체는 “목 씨가 선임되기 전인 2015년 2월 이영철 전시예술 감독이 해임되고 수년간 준비했던 개관 프로젝트가 백지화됐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문화전당 콘텐츠가 변경되고 사라지는 등 문화전당이 정치권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5년간 개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가 문화전당에 대한 애착심보다 각종 사업을 벌이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가는 “문화전당을 두고 방향타를 잃은 난파선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며 “지금이라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잡는다면 안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족한 문화전당 전문 인력이 콘텐츠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재한 전남대 불문과 교수는 “문화전당 전문 인력은 100여 명 수준에 불과해 규모에 걸맞은 콘텐츠와 프로그램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 부족으로 문화전당이 전시와 공연에 치중하면서 문화 플랫폼 기능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전시와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문화전당은 문화상품을 만들어 예술시장에 내다팔아야 독자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