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어떤 책들을 어떤 순서로 얼마 동안 읽겠다는 게 독서계획의 기본이다. 주자(朱子·1130∼1200)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순으로 사서(四書)를 읽을 것을 강조했다. 성혼(成渾·1535∼1598)은 손아래 동서 강종경이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이 맡아 기른 강종경의 아들 강진승에게 권면하였다. “책을 읽을 때에는 엄밀히 과정(課程)을 정하여 익숙히 읽고 정밀하게 생각하며 간절하게 체득하라.”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클리프턴 패디먼은 18∼81세 독자를 염두에 두고 ‘평생독서계획’(이종인 옮김)을 펴냈다. 패디먼은 고전 명저를 중심으로 저자 133명의 책을 소개, 논평하면서 독서와 삶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것, 자신의 경력을 쌓는 것, 가정을 꾸리는 것 등과 대등한 행위다.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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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하여 새해 설계에 반드시 독서를 먼저 꼽아 놓고도 제대로 실천해본 적이 거의 없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책방에 가서 읽을 만한 책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읽으려는 의욕을 한층 북돋아 볼까 한다.’
1959년 1월 8일자 동아일보 독자투고란에서 한 주부가 밝힌 결심이다. 읽을 만한 책도 훨씬 더 많아지고 그런 책을 찾아내기도 무척 편리해진 요즘이다. 새해면 늦다. 바야흐로 한 해의 독서생활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계획을 짤 때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