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극심한 가뭄으로 재확산… 1500억원 투입하고도 방제 허사 소극적인 베어내기 방식 탈피해야
한동안 잠잠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번지면서 소나무 숲 전체를 베어내는 모두베기 방안을 도입해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 제공
6월 헬기를 타고 둘러봤을 때는 고사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소나무재선충병이 한풀 꺾였다고 여겨졌지만 5개월 만에 이전 모습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소나무 수분 이동을 막아 말라죽게 만드는 재선충은 길이 1mm 내외 실 같은 선충으로 5월부터 9월 사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이용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한다. 다른 소나무로 서식지를 이동하는 동안 재선충병이 잠잠했던 것이다.
2004년 제주시 오라동에서 처음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인된 후 방제작업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2013년 극심한 가뭄과 고온현상 등으로 급격히 번졌다. 제주도는 지난해까지 1179억 원을 투입해 129만4000그루를 베어냈다. 올해는 8월까지 300억 원을 들여 31만9000그루를 베어내고 나무주사 3050ha, 항공방제 1000ha 등을 실시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지난달부터 12월까지 183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고사목 15만5000그루 제거, 나무주사 1400ha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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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구역 모두베기는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 등을 중심으로 감염목이 발생하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20m 이내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해 파쇄하거나 훈증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제주시 해안동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 소구역 모두베기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신규 감염목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주 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전략’을 수립 중인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고사목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모두베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최근 제주도에 제안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감염률이 50% 이상이거나 반복적 피해로 소나무 형질이 불량한 지역, 경작지 주변 등에 대해서는 소나무 모두베기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방제활동을 전개해 2020년 소나무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선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면적은 소나무 숲 전체 면적 1만6284ha의 43.5%인 7088ha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재영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