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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마다 커피향 솔솔… 커피전문점 문화가 되다

입력 | 2016-11-22 03:00:00

고흥 35곳, 영암 36곳, 장흥 20곳 등 다방-찻집 대체 “사랑방 역할 톡톡”




한적한 농어촌 마을에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커피전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시골에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문을 여는 것은 커피를 즐겨 마시고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농어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농촌 노인들도 달달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셔요.”

 21일 남녘 끝자락 전남 고흥군 도화면 소재지에 자리한 한 커피전문점.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작은 시골 커피전문점이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했다. 테이블 위에는 추억 속에 바른생활 낡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노트에는 ‘아메리카노는 커피(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것’, ‘라테는 우유’, ‘카페는 프랑스말로 커피’라는 등 커피 상식이 적혀 있었다. 이 노트는 커피 주문을 어려워하는 농촌 노인들을 위한 이색 메뉴판이었다.

 고흥에서도 남쪽 끝에 위치한 도화면은 주민 수가 4300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다. 김 공장이 운영돼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60세가량은 젊은층에 속할 정도로 고령화된 동네다.

 이 커피전문점은 4년 전 문을 열었다. 사장 김현미 씨(38·여)는 “처음 가게 문을 열 때 주변에서는 시골에서 누가 커피를 마시겠느냐며 만류했다”며 “어르신들도 프림(크리머)이 든 양촌리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셔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농촌 노인들은 유자차, 매실차보다 시럽을 서너 번 넣은 달달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커피 향을 즐긴다. 이 커피전문점은 동네 이장들 부부동반 모임 장소이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500원씩 모아 팥빙수를 사먹는 문화공간이 됐다. 이계문 도화면 당오리 이장(50)은 “노인 상당수는 아직 양촌리 커피를 마시지만 일부는 아메리카노 향기를 즐기고 있다”며 “커피전문점은 저녁 운동을 마친 뒤 일상 대화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은 전체 주민 6만7923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2만5312명(37.3%)으로 전국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다. 이런 고흥 지역에 커피전문점 35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주민 수가 3400여 명에 불과한 전남 영암군 군서면 소재지에도 커피전문점 한 곳이 영업 중이다. 구보미 군서면사무소 직원(26·여)은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는 시골 특성상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농촌 지역인 영암에도 커피전문점 36곳이 영업 중이다.

 주민이 3100명 정도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소재지에도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는 등 장흥에도 커피전문점 20곳이 있다.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전남 담양의 경우 커피전문점이 70곳에 달한다. 담양군 대전면 우표박물관 등 특색 있는 즐길 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커피전문점도 등장하고 있다.

 전남은 22개 시군 가운데 17개 시군의 주민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다방, 구멍가게 등은 사라지는 반면 장례식장, 요양병원만 늘어난다는 시쳇말이 있다. 농어촌 지역 커피전문점은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성격도 있지만 다방, 찻집이 사라지는 빈자리를 대체해 영업수지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에 속속 들어서는 커피전문점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노인들과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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