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정국 수습을 놓고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박(비박근혜) 진영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계가 사실상 비박 진영의 탈당을 유도하며 선수를 치고 있다는 관측 속에 비박 진영이 얼마나 결집할지 주목된다.
이정현 대표는 17일 비박 진영이 별도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한 것을 두고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 날짜까지 박아 (지도부 사퇴)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지금부터 당의 모든 혼란에 대한 책임은 대책 없이 무조건 저를 사퇴하라고 한 분들에게 있다”고 비박 진영을 겨냥했다. 이어 “오늘을 기점으로 더 이상 당내 분란 세력의 움직임을 좌시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박근혜 정부에서 당 대표로 모든 영화를 누린 분이 거꾸로 당에 돌을 던진다”고 비판했다.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두고는 “지지율도 몇 퍼센트 나오지 않는 후보가 대선 후보인 것처럼 착각해 해당 행위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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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진영 일각에선 ‘최후의 카드’로 탈당이 거론된다.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선은 다하되 행동하는 데 있어 후회는 없어야 한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이 탈당을 두려워하면 뭘 하겠느냐”며 “다만 탈당의 실효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탈당을 시사한 남 지사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공감하는 분들과 탈당 논의를 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그러나 ‘충동 탈당’은 오히려 친박계의 의도에 말린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 전 대표와 남 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비박 진영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와 2시간가량 만찬 회동을 열었지만 “친박계 지도부가 제시한 조기 전대 계획에 반대한다”는 점 말고는 뚜렷한 공감대를 마련하지 못했다.
한편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총회를 열어 “당 내홍 수습을 위해 이 대표가 우선 사퇴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사무처 당직자들이 총회를 연 건 2003년 이른바 불법 대선 ‘차떼기’ 사건 이후 13년 만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