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철저 수사” 지시
정치권은 청와대가 이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의혹 제기에 이례적으로 빨리 반응을 낸 것에 주목했다.
박 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엘시티 이영복 회장 비리 사건은 또 하나의 ‘최순실 게이트’”라면서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회장이 (도피 중에도) 최순실 계에 매달 1000만 원씩 대금을 냈는가”라며 일부 언론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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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이 의혹을 제기한 지 약 7시간 뒤인 오후 4시경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박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와 연루자 엄단을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반박 브리핑을 냈다.
야권은 수세에 몰린 청와대가 엘시티 사건을 건드려 최순실 정국에 물타기를 하고 야권을 균열시키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을 쓰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엘시티 사건에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 인사도 연루돼 있다는 됐다는 정보를 토대로 전면적인 역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엘시티 사업의 시작이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하반기이고, 부산 지역 당의 원내외 인사가 연루됐을 수 있다는 풍문에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이 사건을 담당하는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과 임관혁 특수부장이 각각 우병우, 최재경 전현직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민주당까지 겨냥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국기 문란 사태로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할 대통령이 누구를 엄단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퇴진 요구가 거센데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엘시티 사건은 부산 해운대에 최고 101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이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포스코건설이 두 번째 시공사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부산지검은 100일가량 도피하던 이 회장을 지난달 체포해 500억 원대의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구속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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