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알랭 바디우 지음·이승재 옮김/96쪽·1만2000원·자음과모음
2015년 11월 13일 IS의 파리 테러 직후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모아 사건 현장에 놓은 꽃과 양초들. 동아일보DB
이 책은 트럼프 당선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지만 그와 맞물려 되새겨볼 만한 메시지가 적지 않다. 프랑스의 저명 철학자인 저자가 책을 내놓은 계기는 2015년 11월 13일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그는 130명이 사망한 대규모 살상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깊이 따져 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서구 시각에서 볼 때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곪아온 자본주의의 전횡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서구와 비서구를 야만과 문명의 대립으로 보는 서구 중산층의 교만도 한몫했다.
저자는 저소득 이민자들이 중심이 된 IS의 극단적인 폭력은 자본주의 소비와 생산에 참여하지 못하고 소외된 상황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들은 마치 없는 존재로 취급되고 허무주의에 내몰렸으며 끝내 좌절된 욕구를 폭력으로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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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중산층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저소득 이민자들과 연대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자신의 견해와 대척점에 있는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자못 궁금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