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인구절벽]출생아 수 年40만명 붕괴 위기
2년차 직장인 노모 씨(28·여)는 취업 뒤 부쩍 “왜 연애를 안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아직 생각이 없다”고 답하지만 결혼도 출산도 하기 싫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는 “결혼하면 시가 식구들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경력이 끊기는데 그것도 싫다”며 “이럴 바에는 결혼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동거하면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향후 1, 2년 내 출생아 ‘40만 명’ 이하로
또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가임 여성(15∼49세) 인구도 2014년 1290만9000명에서 지난해 1279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앞으로도 계속 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향후 1, 2년 안에 연간 출생아 ‘4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이라며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지면 결코 다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 명 밑으로 내려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일-가정 양립 힘든 사회 구조 달라져야”
또 결혼할 생각이 없는 미혼자 절반 이상이 비(非)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이유로 ‘결혼보다 일이 더 좋고 배우자에게 얽매이기 싫다’는 답변(27.7%)이 가장 많았다. 또 △마음에 드는 이성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할 것 같다(18.1%) △육아와 가사 부담(16.8%) △친정, 시가 스트레스(8.4%) 등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결혼 비용을 꼽은 답변은 22.6%로 2위를 기록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은 “올해 최악의 인구절벽은 한국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돼 한두 개 정책으로 풀기는 어렵다”며 “일-가정 양립, 직장 문화 개선, 취업 확대 등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거시적 노력과 육아, 난임 지원 등 단기 처방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가족 형태 해법 찾아라”
최근 저출산 해법 중 하나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화하고 있다. 저출산을 극복한 모범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는 동거 커플도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법적 부부와 동일한 법적 지위와 정부 지원을 받는다. 이런 사회적 지원 덕분에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초 이미 혼외 출산 자녀 수가 법적 부부의 자녀 수를 앞질렀다. 1993년 1.63명이던 프랑스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지난해 2.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도 혼외 출산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