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최대 규모 시국선언 “하야 마땅하지만 국정공백 우려… 국민 무시하면 퇴진운동 나설것”
서울대 교수들이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현수막을 앞세우고 학생들과 함께 교내를 행진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 728명은 “박근혜 대통령은 최측근들의 국정 농단을 좌시한 책임을 지고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대 교수 728명은 7일 ‘헌정 파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대통령과 집권당은 헌정 파괴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국선언은 서울대 교수 2200여 명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 참여했다. 개교 이래 최대 규모다.
이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은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 측근들이 저지른 국정 농단에 따른 민생 파탄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2선 후퇴 △박 대통령 등 연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 △새누리당 지도부 총사퇴 △검찰 수뇌부 교체 및 검찰 개혁 등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는 “엄중한 헌정 위기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미봉책”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논란 등 학내 동료 교수들이 연루된 현안을 언급하며 “교육자이자 학자, 전문가 집단으로서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박배균 교수(지리교육과)도 “권력을 좇아 곡학아세한 지식인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곧 대한민국 교수들의 문제”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시국선언을 한 뒤 교수와 학생 200여 명은 회견장 인근 ‘서울대 4·19 기념탑’까지 5분가량 행진했다. 박 교수는 “현재 상황이 4·19에 준하는 사태라고 판단해 행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기념탑 앞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학생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9년 만에 회장단 명의로 시국선언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15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을 초청해 ‘시국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교수협의회장도 참석해 교수사회의 역할론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