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얼마 전 한 아이가 물었다. “아동학대로 친구들이 계속 숨지는데 왜 어른들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나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나요?” 학대로 주검이 된 또래들을 보며 비단 그 아이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현이 사건’ 이후로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됐지만, 여론무마용 정책이었을 뿐 알맹이가 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인천 아동학대 사건으로 전국 미취학 학령기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으나, 사망한 아동에 대한 사건들만 반짝 관심을 모았을 뿐 아동학대 정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아동학대 신고는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인프라나 예산이 없어 경찰과 각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두세 배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 아동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왔다. 얼굴에 멍이 든 채로 학교에 가고, 양쪽 손과 발에 화상을 입어 입원했다. 지인들 앞에서 아버지가 발길질하고, 부모에게 폭행을 당할 때마다 큰 소리로 울거나 소리를 질렀다. 담임교사에게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교사의 아파트 경비원에게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사정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의 이러한 신호에 민감하게 응답하지 못했다.
매년 아동학대예방의 날이 돌아오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말한다. 다만 사회에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가의 과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여승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