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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오디오기업부터 스마트폰-자동차업계까지… 소리없이 커진 ‘소리 전쟁’

입력 | 2016-11-07 03:00:00

차별화된 소리로 제품 이미지 부각
마세라티, 엔진소리 조율에 심혈… LG, V20에 고성능 칩셋 최초 장착… 삼성, 실리콘밸리에 오디오랩 운영




차별화된 소리를 앞세워 소비자의 청각을 사로잡으려는 기업 제품들. 소니가 내놓은 ‘시그니처 시리즈’, 360도 전방위로 소리를 전하는 삼성전자 무선 오디오 ‘R1’,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장착해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V20’(왼쪽부터). 각 업체 제공

  ‘소리’를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차별화된 소리의 질이 곧 제품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소비자의 청각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은 특정 제품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전까지 보다 나은 소리를 내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전통적으로 소리의 질을 중요시하는 오디오, 스피커 등 업체만의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자동차, 스마트폰, TV 생산 업체들까지 ‘소리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 비(非)소리 기업들의 새로운 무기, ‘소리’

 이탈리아 스포츠카 업체 마세라티는 엔진 소리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잘 달리고, 잘 서는 자동차 본연의 가치에 차별화된 소리를 더해 제품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세라티는 본사에 ‘엔진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특이한 직책을 뒀다. 튜닝 전문가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저회전부터 고회전 영역에 이르기까지 각 영역마다 듣기 좋은 엔진음을 ‘작곡’한다. 마세라티 측은 주요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이 전설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와 유사하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도 ‘소리 전쟁’에 뛰어들었다.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V20’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리다. ‘원음 그대로의 소리’를 내기 위해 LG전자는 미국 고성능 오디오 칩셋 제조업체 ESS와 협력해 ‘쿼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장착했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주는 칩인 DAC를 쿼드 형태로 스마트폰에 내장한 것은 V20이 최초다. 또 덴마크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B&O)과 함께 만든 이어폰도 제공하고 있다.

○ 기존 오디오 사업 강화하는 기업들

 소니는 최근 오디오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제품별 가격대가 200만∼400만 원에 이르는 고가 라인업으로 구성된 헤드폰, 워크맨, 앰프를 동시에 내놓았다. 오케스트라가 전하는 웅장함부터 라이브 콘서트장의 숨소리까지 재현하기 위해 소니는 일부 부품의 경우 개발에 10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시그니처 시리즈로 불리는 이들 제품을 통해 고급 오디오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소니는 휴대하기 편리한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현재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5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오디오랩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대부분 뱅앤올룹슨, 깁슨, 하만 등 유명 소리 전문 기업 출신 전문가들이다. 오디오랩에서 개발된 소리 기기들은 다양한 제품에 접목돼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본사 차원에서 오디오 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부도 신설했다.

 음향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화질 등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가 그동안 제품 경쟁력으로 꼽혔다면 최근에는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를 차별점으로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군에서 기업들의 ‘소리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