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최순실 의견 듣고 연설문 표현 도움받아 靑보좌체계 완비된후 중단… 국민께 심려끼쳐 송구” 野 “아무것도 해명안돼… 대통령 수사-내각 총사퇴”
朴대통령 95초 사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에게 전달된 것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 의견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 후 일정 기간 (최 씨의)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비선이 실제 존재했고, 집권 이후에도 최 씨가 국정에 관여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국회에서 최 씨의 연설문 수정을 두고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한 발언을 박 대통령이 나흘 만에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해명과 사과에 걸린 시간은 1분 35초였다.
야권 대선 주자들과 당 지도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해명되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을 포함한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또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거국 중립 내각 구성 제안도 나왔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론적으로 탄핵도 가능하다”고까지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엄중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요구안을 내놓진 않았다. 김용태 의원은 “여야가 특검을 도입하면 엄정한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당적 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 요구였다. 박 대통령이 전날 전격적으로 꺼낸 ‘개헌 카드’는 하루 만에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