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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글로벌 핵전력’ 사실상 한반도 고정에 부담

입력 | 2016-10-22 03:00:00

[한미 ‘전략무기 상시배치’ 명문화 엇박자]




 

韓-美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을 설명하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통역기를 귀에 가까이 대면서 경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대남 핵공격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적 강화 문제는 최대 안보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핵 폭주’를 저지하고, 한국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이 보다 강도 높은 대북 전략적 응징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또는 순환 배치 방안이 떠올랐다.

 하지만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절반의 성공’에만 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전략무기의 상시순환배치(permanent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on rotational basis)’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내용을 SCM 공동성명에 명문화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군은 이번 SCM에서 미 전략무기의 상시순환배치 합의 및 공동성명 명문화를 노렸지만 미 측과 협의 끝에 ‘검토하기로 합의한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미국의 현실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용 문제다. 전략폭격기나 핵추진항모 등 전략무기를 해외에 전개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이런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와 인근 해상·공중에 상시 개념으로 순환 배치하려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요구해도 선뜻 수용하기 힘들고, SCM 공동성명에 명문화하기에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전략무기 운용 과정에서 상당한 예산 압박을 받고 있다. 미 민간 과학자단체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은 21일 “미국은 3종 전략무기(핵미사일, 전폭기, 핵잠수함) 개량 사업에 향후 30년간 1조 달러(약 1136조 원)가 필요하다”며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량에만 1000억 달러 이상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운용 중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도 개량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2020년대 집중적으로 국방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UCS는 덧붙였다.

 전략무기의 운용 절차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용되는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사실상 고정 배치하려면 운용 계획부터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는 최소 1년 전부터 전개 지역과 규모, 시기 등 구체적 운용계획이 확정된다”며 “한반도 상시순환배치를 위해선 이번에 신설에 합의한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 등에서 후속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한미 양국은 전략무기의 상시순환배치 이외에도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공동성명에 명기했다. 북한의 ‘핵 질주’가 계속되면 제2, 제3의 군사적 압박 카드를 준비한다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확장 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정비도 했다. 한미동맹의 현안을 논의하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아래 위기관리협의체(KCM)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양국 해군의 대잠수함 작전을 포함한 연합 해상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주요 합의 사항이다. 양국 해군은 잠수함,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등으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북한이 쏜 SLBM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능력도 배양하게 된다. SLBM을 이용한 북한의 핵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조기 배치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 등 동맹의 주요 현안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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