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주국제마라톤]마스터스-엘리트 선수 8000여명 첨성대, 반월성, 황룡사지, 분황사 신라 유적지 감상하며 빗속의 질주… 우산 쓴 시민들 “힘내라” 거리 응원
천년 고도, 축제의 레이스 16일 천년 고도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6 경주국제마라톤에 참가한 마스터스들이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황남동 고분공원 옆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경주=최혁중 기자sajinman@donga.com
‘천년 고도’ 경주에 생동감이 넘쳤다. 출발을 앞두고 가을비가 내렸지만 8000여 명의 건각(健脚)들이 펼치는 레이스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힘차게 내딛는 한 발 한 발은 땅을 다스리는 신령을 달래어 무사함을 기원하는 지신밟기와 다를 게 없었다.
동아일보 2016 경주국제마라톤(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연맹,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공동주최)이 16일 경주에서 열렸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대열 앞에는 ‘쾌적하고 안락한 희망의 도시 경주로 오이소!’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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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민들의 심정도 예년과 달랐다. 매년 가을 열리는 마라톤이지만 올해는 재난 뒤 경주시내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여서 응원하는 마음이 더 넘쳤다. 경주지역 관광과 음식업계는 코스 곳곳에 “천년을 지켜온 경주, 안심하고 오세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우산을 쓴 시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힘차게 달리는 선수들에게 “힘내라!”며 박수를 보냈다. 분황사 부근에서 식당을 하는 주민은 “그동안에는 교통통제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올해는 일부러 응원하러 나왔다”며 “경주시내를 줄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동아마라톤은 경주의 가을을 알리는 상징인데 올해는 비 온 뒤에 땅 굳는다는 말처럼 어려움을 훌훌 털어버리는 대회”라고 반겼다. 실제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5일에는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호텔 식당들이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이날 참가자들은 첨성대, 오릉, 반월성, 안압지, 황룡사지, 분황사 등을 지나며 신라의 천년 도읍지 경주의 곳곳을 달렸다. 사내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수십 명씩 참가한 ㈜오토, 영신정공, 에코플라스틱 등 경주에 있는 기업들은 직원들까지 단체로 응원을 나와 대회 현장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하프코스를 뛴 이광희 포항시 자원순환과장은 “매년 참가하는 대회지만 올해는 이웃인 경주 시민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 달리는 내내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아버지와 전날 와서 하루 숙박한 뒤 10km를 달린 여중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적 도시가 외롭지 않도록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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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이승건 why@donga.com·이권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