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건축 재료, 나무
영국 런던에 건축될 예정인 초고층 건물. 높이 300m인 이 건물이 실제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건축물이자 런던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 된다. ⓒPLP Architecture
이 건물은 날렵한 삼각기둥을 높게 세워 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3D) 모델을 보면 수직과 사선 방향의 건물 뼈대가 모두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에서 사람이나 물체 등의 무게를 버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뼈대인 구조물을 모두 나무로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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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무가 영원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라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탄소 저장 능력 역시 떨어진다. 이때 나무를 그대로 두어서 썩거나 태워 버리면 나무 안에 있던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베어서 건물을 만드는 재료로 쓰면 나무 속에 있는 탄소가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 건물을 ‘탄소 저장고’라고도 부른다.
건축공학자 사이먼 스미스를 비롯한 연구팀은 “나무는 유일하게 재생 가능한 건축 재료”라며 “19세기와 20세기에 콘크리트와 철, 유리가 건축의 혁명을 일으켰다면 21세기에는 나무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제 나무 고층 건물이 대세!
2010년 이후 전 세계 많은 건축가들은 나무로 건물을 짓는 데 관심을 가졌다. 특히 도시에 나무 건물을 짓겠다는 건축가가 많았다. 도시에 비슷한 콘크리트 건물을 또 짓기보다는 친환경 건축 재료인 나무로 새로운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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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14일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높은 나무 건물이 완성됐다. 경기 수원시에 지어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이다. 이 건물은 높이 18m로, 현재 우리나라 건축법에 정해진 나무 건축물의 최대 높이다.
수원시 권선구에 지어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 자원부 종합연구동. 높이 약 18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나무 건물이다. ⓒ박영채
국립산림과학원 재료공학과 이상준 박사는 “이번에 건설된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은 우리나라 목조건축 기술을 총집합해서 만든 결과물”이라며 “이를 토대로 2022년까지 10층 규모의 목조 아파트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나무로 건물을 짓는 건축가 엘로라 하디가 설계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Green School’ ⓒIBUKU
○ 나무 건축, 과연 안전할까?
나무는 친환경 건축 재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다른 재료와 비교하면 약점도 있다. 건축가들 역시 이런 나무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우선 나무를 건축 재료로 쓰기 위해서는 공기를 빼는 ‘압축’과 물을 증발시키는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분 함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기를 빼서 압축하면 강도가 약 25%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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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나면 나무 건물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다. 지진이 일어나면 땅이 흔들리는데, 이때 건축물은 자체의 무게에 비례하는 힘을 받는다. 즉, 무거운 건물은 많이 흔들리고 가벼운 건물은 적게 흔들린다. 따라서 가벼운 나무로 지은 건물의 피해가 적다.
2009년 일본에서는 6층짜리 나무 아파트로 지진 실험을 진행했다. 거대한 진동판 위에 아파트를 올려놓고, 실제 지진이 난 것처럼 40초 동안 마구 흔들었다. 이때의 충격은 규모 6.5∼7.3의 지진과 같은 세기였다. 실험 결과 나무 아파트는 벽에 살짝 금만 간 것 말고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혜림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ungni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