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달도 안남기고 ‘적전분열’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0일 소속 의원들과의 통화에서 “더이상 트럼프를 방어하거나 (그를 위해) 유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은 선거 기간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 여러분도 각 지역구에서 하원 선거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선은 포기하고 각 지역 의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말이다. 공화당 2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대해서는 나에게 묻지 마라. 그냥 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매코널도 라이언과 같은 입장이란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 1, 2인자의 발언은 트럼프 지지 철회는 아니지만 정치적 인연을 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의 발언에 분노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라이언은 당 대선 후보인 나와 싸울 게 아니라 예산 확보, 일자리 창출 등과 싸워야 한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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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와 친분이 깊은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2차 TV토론 뒤 적극 지지 뜻을 분명히 했다. RNC는 미 전역의 당 선거 인력과 관련 예산을 관장하는 핵심 선거 조직이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이날 “RNC는 트럼프 뒤에 있을 것이며 당과 트럼프 캠프는 하나가 돼 선거에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도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후보 사퇴설은 거짓”이라고 못 박았다.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지지자들과 만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트럼프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음담패설 동영상 폭로 후 공화당 의원 20여 명이 트럼프 후보 사퇴를 촉구했지만 2차 토론 후 그 수가 늘거나 줄지는 않았다. ‘더 힐’은 “공화당 의원들도 당 지도부의 내분 사태를 좀 더 관망한 뒤 트럼프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를 놓고 이처럼 두 공화당 차세대 주자인 라이언 의장과 펜스 부통령 후보가 엇갈린 길을 걷는 것은 내달 8일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은 열한 살(펜스 57세, 라이언 46세)의 나이 차에도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트럼프를 놓고선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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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