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헬기 순직’ 故김경민 소령 부친 김재호 목사, SNS 추모글 김혁수 前제독과 대담
《 “국민이 장병들에게 작은 사랑이라도 보여 줬으면 좋겠다.”(김혁수 전 제독·예비역 준장) “군인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국민이 알도록 해 달라.”(고 김경민 소령의 부친 김재호 목사) 지난달 26일 한미 연합 해상작전 도중 링스 헬기 추락 사고로 김경민 소령과 박유신 소령, 황성철 상사가 순직했다. 이들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김 전 제독은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동아일보는 11일 김 전 제독과 김 목사의 대담 인터뷰를 했다. 순직 장병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자신을 위로하는 김 전 제독에게 “아들이 군에 입대한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라를 지키는 게 의무였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 전 제독은 “희생 장병들의 헌신이 제복 입은 공무원(MIU)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순직 장병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우리 시대의 진정한 소리 없는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대담 인터뷰는 동아일보사에서 2시간 동안 진행했다. 》
두 손 꼭 맞잡고… 지난달 26일 해군 링스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김경민 소령의 부친 김재호 목사(왼쪽)와 순직자들을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된 김혁수 전 제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동아일보와의 대담에서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 전 제독(이하 제독)=조문을 가서 목사님을 위로해 드려야 하는데, (목사님이) 계속 “감사하다”고 하더라.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 울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놀라웠다.
―부친께서는 무엇이 그렇게 고마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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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고도 시신을 찾아 줘 감사하다고 말한다는 게 놀랍고 더 마음이 아프다.
▽부친=왜 아프지 않겠나. 하지만 장례식 내내 해군 동료들이 와서 고생했다. 만약 다른 장병이 사고를 당했다면 우리 경민이도 여기 와서 수발을 들 것 아니냐. (부친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뒤에)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가 떼쓰면 높은 사람들은 우리를 피하면 그만이다. 그럼 누가 괴롭겠나. 결국 내 아들 같은 동료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거다.
―부친께서 사고 현장에 갔다가 금방 돌아왔다고 들었다.
▽부친=사고 현장에서 울고불고해 봐야 살아오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함대(서애류성룡함)에 있으면 장병들이 우리 수발을 들어야 하니 시신 수색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독=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수색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돌아온 것이나 다른 장병이 사고를 당했다면 내 아들도 똑같이 밤을 새웠을 거란 생각에 오히려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다니 숙연해진다.
김 전 제독은 “해군 헬기 조종사가 전투기 조종사보다 훨씬 힘들다”며 작전 환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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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헬기 조종이 더 힘들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만약 이 얘기를 진작 들었다면 아들을 제대시켰을지도 모르는데….
―부친께선 보상금 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하셨다.
▽부친=해군에 순직 장병의 유자녀를 위한 ‘바다사랑 장학재단’이 있는데, 장학기금이 목표치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하더라. 미혼인 경민이는 자녀가 없지만 장학기금 마련에 조금이라도 보태기로 세 가족이 약속했다.
―제독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사망자와 시위 현장에서 죽은 백남기(농민)에겐 정치권과 수많은 단체가 찾아가지만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군인들에겐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친=우리 애들은 몸을 바쳐 국가를 지켰다. 이제 국가가 그 아이들을 지켜 줘야 한다. 장례식장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인에게 빚을 졌다”며 온 시민이 두 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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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MIU로, MIU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제독=사관생도 시절 읽은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군인은 전쟁을 하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는 자다. 군인은 죽이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죽는 자다.’ 이게 군인의 사생관이다. 김 소령 등 순직 장병들은 평화를 위해 죽은 것이다. 이런 군인에 대해 국가와 국민은 끝까지 보살펴야 한다.
▽부친=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전쟁은 위정자들이 일으키지만 희생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전쟁을 막으려면 상대가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힘을 가져야 한다. 이 땅에 태어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국가가 없으면 나도 없다.
해군중앙교회 장로인 김 전 제독은 김 목사를 자신의 교회로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설교도 듣고 위로도 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시간도 조정해야 하고…”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목사는 아들의 순직 이후 “교회 이름을 알려 달라는 분이 많은데 밝히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또 다른 아들들인 ‘대한민국 MIU’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듯이 보였다.
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