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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자리… 제주 해양쓰레기로 골머리

입력 | 2016-10-12 03:00:00

생활쓰레기-낙엽류 등 뒤엉켜… 항-포구 등 해안에 500t 쌓여
中 등 외국서 유입 쓰레기도 한몫… 상시 수거인력 배치 등 대책 시급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제주지역 해안에 각종 쓰레기 500여 t이 쌓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제주도는 15일까지 쓰레기 수거를 위한 대청결 운동을 펼친다. 제주도 제공

 3일 올레 2코스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해안. 내수면에서 먹이를 찾던 쇠백로가 인기척에 놀라 하얀 날갯짓을 하면서 사라졌다. 멀리서는 검은 가마우지가 바위에 앉아 깃을 말렸다. 그 뒤로는 제주의 인기 관광지인 성산 일출봉이 거대하게 펼쳐졌다. 희귀식물인 황근을 비롯해 갈대,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해안 풍경이 일품이지만 곳곳에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바다에서 밀려든 쓰레기들이 한쪽에 쌓여 썩어 가고 있었다. 폐그물은 기본이고 페트병, 플라스틱 어구, 부표, 비닐 등으로 다양했다.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제주 지역에 231억 원(잠정)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해안에는 쓰레기가 밀려들었다. 항·포구와 해안에 500t가량의 해양 쓰레기가 쌓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일대에서는 해양 쓰레기 수거 작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이곳에는 태풍이 몰고 온 쓰레기, 하천을 따라 내려온 낙엽류 등이 한꺼번에 엉켜 있다. 제주도는 15일까지 해안 전역을 대상으로 공무원, 어민, 바다환경보전 단체 회원 등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범도민 바닷가 대청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 해양 쓰레기 심각

 제주도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 수거량은 2012년 9654t, 2013년 8281t, 2014년 7250t, 2015년 1만4475t 등으로 해마다 1만 t 안팎에 이른다. 해양 쓰레기 수거에 들어가는 예산은 2012년 16억400만 원, 2013년 23억3300만 원, 2014년 19억2800만 원, 2015년 25억9900만 원 등이 쓰였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동남 계절풍을 타고 남쪽 서귀포시 지역에,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서북 계절풍을 타고 북쪽 지역에 쓰레기가 밀려오고 있다.

 성산읍 신양해수욕장이나 동부 지역 해안은 해마다 파래나 괭생이모자반 등 해조류가 대량 발생해 악취가 심하게 난다. 중국 등 외국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도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긴급 피난항으로 지정된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주변은 중국 어선 등이 머물면서 기름기가 섞인 쓰레기를 집중적으로 버리는 바람에 해산물에서 냄새가 날 정도다.

○ 배정 예산 걷어찬 행정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도 처리가 마땅치 않다. 포화 상태에 이른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선 혼합 폐기물로 분류되는 해양 쓰레기를 받아 주지 않는 데다 처리 업체도 5곳에 불과하다. 해양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시설이 필요한데도 제주도는 정부에 예산을 신청했다가 반납하는 촌극을 벌였다.

 지난해 4월 당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제주 방문 때 원희룡 제주지사가 해양 쓰레기 처리 시설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올해 해양 쓰레기 종합처리장 실시 설계 예산 12억5000만 원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제주도는 해양 쓰레기 처리장을 따로 가동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어 5월 추가경정예산에서 설계 예산을 전액 삭감 조치하는 등 입장을 바꿨다. 2019년 가동하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해양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민철 제주도의회 의원(새누리당)은 “깊이 있는 검토를 하지 않은 채 해양 쓰레기 시설 사업을 포기했다”며 “해양 쓰레기 처리가 ‘발등의 불’인 만큼 분리 선별을 위한 지역별 중간 집하장을 확보하고 상시 수거 인력과 전용 운반 차량을 배치하는 등의 처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