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유연한 몸부림’전 박승원 작가
‘유연한 몸부림’ 다섯번째 퍼포먼스. 옥탑 유리방 안에서 다른 4개 퍼포먼스와 소통하는 컨트롤타워를 표방한 1인극을 펼친다. 아마도예술공간 제공
적어도 무료할 틈은 없다. 7일 개막 현장에는 아담한 전시 공간 안팎으로 제법 사람들이 북적였다. 박 씨는 골목 모퉁이 허름한 2층 건물을 5명의 퍼포먼스로 채웠다. 반지하층 첫 번째 공간의 남성은 목 없는 마네킹 상반신을 끌어안고 바람개비와 선풍기가 돌아가는 방에서 알 수 없는 동작을 하며 드문드문 뭔가를 웅얼거린다. 그 안쪽 공간의 여성은 두 방을 오가면서 종이 문서를 파쇄하거나 어딘가로 신호를 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지상 다락방에는 혼자 공놀이와 보드게임을 하며 독백하는 여성이 있다. 옆방에서는 나무의자, 아이스박스, 페인트 통을 징검다리처럼 늘어놓고 그 위를 이리저리 떠돌며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여성이 움직인다. 마지막 옥상 유리방 속 남성은 나머지 네 사람이 무전기로 보내는 신호를 텍스트로 바꾼 문서를 대본 삼아 1인극을 펼친다.
박 씨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사람의 몸을 도구로 쓰는 작업이 표현하려는 바와 잘 맞는다고 판단해 졸업 즈음부터 퍼포먼스 작업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요지는 ‘오류를 전제한 시스템’이다. 공연자는 모두 주어진 작업에 몰두하며 열심히 소통한다. 하지만 소통의 신호는 엉뚱한 텍스트로 변환돼 옥상 유리방 속 남자에게 주어진다. 남자는 뭔가 잘못됐다는 고민을 드러내며 작업을 계속한다. 박 씨는 “지금 우리 사회 속 개인이 엇비슷하게 품고 있는 생활 속 단면, 그 각각의 단절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