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호·사회부
미래창조과학부는 10일 동아일보가 ‘먹통 위성 국민 속인 미래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과학기술위성 3호의 우주 관측은 1년 반만 이뤄지고 이후 탑재체 냉각기 문제로 6개월간 먹통 상태였다고 보도하자 부랴부랴 해명 자료를 냈다. 본보 취재 과정에서 미래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측이 “애초부터 수명을 1년 정도로 봤다”고 해명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미래부는 지난해 11월 적외선 우주 관측 카메라가 마지막 6개월간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감춘 채 “과학기술위성 3호가 2년간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한 데 이어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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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주관 아래 적외선 우주 관측 카메라가 달린 탑재체를 개발한 한국천문연구원의 논문에도 ‘수명 2년’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천문연구원 연구팀이 2014년 9월 한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는 ‘탑재체의 수명으로 2년간 우주 관측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 ‘탑재체는 2년간 우주 관측을 수행할 것’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항우연 내부 자료인 과학기술위성 3호 활용 계획에도 임무수명이 ‘2년’이라고 돼 있다. 천문연구원 내부 자료 역시 올해까지도 우주 관측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미래부는 이날 오후 늦게 항우연 등이 2008년 발표한 연차실적계획서에서 냉각기 작동수명이 1만 시간(약 1년 2개월)이라는 내용을 찾아 공개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후 발표된 논문과 내부 자료에서 위성관측 임무기간이 2년이라고 일관되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1년 2개월짜리 부품으로 2년간 관측을 하려 했다는 자가당착에 빠진 게 아닌지 묻고 싶다.
본보가 관련 보도를 한 10일은 항우연의 창립기념일이었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관리감독과 뼈저린 쇄신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우주 강국’의 꿈은 한낱 꿈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한민국 우주 사업을 책임진 미래부와 항우연이 이제라도 이런 고언(苦言)에 귀 기울여줄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탁한다.
차길호·사회부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