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절대지식/김승용 지음/600쪽·2만5000원/동아시아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지음/368쪽·1만6000원/어크로스 ◇콩글리시 찬가/신견식 지음/340쪽·1만5000원/뿌리와이파리
‘트집 잡는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갓을 만드는 ‘갓방’에서 사진 오른쪽의 둥그런 틀에 댓살로 만든 양태(갓의 넓은 챙 부분)를 대고 중간 부분이 살짝 둥글게 올라오도록 인두로 조금씩 지져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트집 잡기’다. 트집을 잡으려면 모양을 꼼꼼하게 봐가며 흠이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동아시아 제공
‘나도 사또 너도 사또면 아전은 누가 하랴’(저마다 좋은 일만 하려 들면 궂은일은 누가 하겠냐는 말), ‘모처럼 능참봉을 하니 거둥(임금의 행차)이 한 달에 스물아홉 번’(‘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와 비슷한 속담)…. 평소 적절한 때에 ‘날리고’ 싶어지는 속담이 아닌가.
옛 속담과 의미가 비슷한 현대 속담도 함께 써놨는데,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거들먹거리는 못된 양반을 비꼬아 이르는 ‘되지 못한 풍잠이 갓 밖에 어른거린다’는 속담은 현대식으로 ‘국개의원’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한 판만 하려다 엔딩 본다’, ‘제 똥 구린 줄 모른다’는 ‘니가 하면 비리 내가 하면 의리’다. ‘남의 집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현대식으로 뭘까? ‘너나 잘하세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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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속담을 수집했다는 저자는 “속담 속 사물의 속성과 언어유희를 탐구해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했다.
햇곡식, 햇밤, 햇사과처럼 올해에 난 것에는 ‘햇’이 붙는데 왜 쌀만 ‘햅쌀’일까? 옛날에는 쌀이 ‘j’이었기 때문이다. ‘i’는 ‘브스’에서 ‘ㅡ’가 없는 듯이 내는 소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찹쌀, 멥쌀, 입쌀, 좁쌀에서 앞 글자의 받침에 ‘ㅂ’이 쓰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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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