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한복 브랜드 ‘차이킴’.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꾸고 다양한 직물을 활용한 이른바 ‘패션한복’이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한복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반팔 저고리에 무릎길이 치마 차림을 한 직장인 민정은 씨(25)는 “휴일이라 한옥마을에 놀러 왔다가 경복궁까지 산책하러 왔다. 패션 한복이 움직이기도 편하고 예뻐서 가끔 입고 다닌다”라고 했다. 대학생 정경원 씨(20)는 “고궁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기도 좋을 것 같아 한복을 입었다”면서 “한복 저고리나 치마를 평상복으로 입는 친구들도 주변에 여럿 있다. 예뻐서 ‘나도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렇게 ‘패션 한복’을 입는 사람이 늘면서 한복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패션 한복은 리넨이나 시폰, 레이스 등 전통 한복에 흔히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많이 활용한다. 기존 ‘개량 한복’과 달리 허리 라인을 강조하고 저고리 소매통을 줄이는 등 입기 편하면서도 젊은층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이 많다.
도심 한복판에 패션 한복을 파는 단독 매장이 생기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패션 한복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 한복 업체인 ‘실크하우스’는 지난해 6월 론칭한 패션 한복 브랜드 ‘꼬레아노’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자 서울 인사동에 이어 명동에 매장을 열었다. 실크하우스 관계자는 “연간 매출이 50% 가까이 신장하는 등 성장세를 보여 홍대점 오픈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기념품 삼아 사가는 등 인기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채널도 한복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9월 경기 성남시 판교점에서 ‘패션 한복 초대전’을 진행하는 동안 평상시의 1.7배인 500만 원의 일평균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8월 강남점 여성클래식 매장에 패션 한복 브랜드 ‘차이킴’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에 한복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이킴’은 두타면세점에도 입점해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다른 여성복 매장과 차별화를 고민하던 중 한복에 주목하게 됐다”며 “한복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걸 즐기는 젊은층부터 50, 60대까지 찾는다. 당초 예상의 3배가 훌쩍 넘는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