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기초수급자 40만명 돌파… 노인학대 건수 10년새 67.9% 늘어
정부로부터 생계지원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A 씨 같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돌파했다. 가뜩이나 힘든 노년의 삶이 빈곤 문제로 더 고달파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 155만4000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41만9000명(27.0%)으로 전년보다 4만 명 늘었다.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 기초생활수급자가 증가한 것은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한 데다 노인 빈곤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생활고에 일터 못떠나는 고령층… 60∼64세 고용률, 20대 뛰어넘어 ▼
한 노인이 29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의 의자에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정부에 따르면 빈곤으로 힘든 노년을 보내는 고령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고령자 10명 중 6명(58.5%)은 생활비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고령자는 여전히 일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0∼64세 인구 고용률은 59.4%로 20대 고용률(57.9%)을 뛰어넘었다.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률은 30.6%였고, 남성 고령자의 고용률은 41.1%였다. 문제는 고령자가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어서 빈곤 탈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60세 이상 1인 가구 취업자 중 71.5%가 단순노무 종사자였다.
열악한 일자리와 낮은 연금으로 인해 노인들에게 장수(長壽)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기대여명(고령자가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기간)은 20.9세다. 앞으로 20년 이상을 더 살 수 있게 됐지만 절반 이상의 고령자(53.1%)는 자신의 남은 생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노후 준비 능력이 없다’는 응답은 2005년 43.2%에서 2015년 56.3%로 크게 늘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80∼90세가 될 때까지 노인빈곤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연금 부문을 강화하고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조기 퇴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