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끝나자마자 무차별 공습 재개… “국제사회가 사형선고 내려”
“세계에서 아무도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에 사는 교사 압둘카피 알 함도 씨는 23일 오후 평생 들어보지 못한 폭발음을 듣고 공포에 떨었다. 미국이 반군(叛軍), 러시아가 정부군을 돕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5년간 계속되며 여러 굉음에 익숙해졌지만 이번에는 처음 들어보는 폭발이었다. 부인과 7개월짜리 딸을 감싸 안고 은신처에 숨어 있던 그는 절규했다.
“그간 이곳이 이렇게 많이 파괴됐는데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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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가 떨어진 마슈하드 지역에 사는 언론인 오마르 아랍 씨는 “알레포에 5년간 살았지만 이번 폭발처럼 강한 파괴력은 처음 경험했다”며 “가장 무서운 건 벙커버스터가 건물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포의 의사 무함마드 아부 라잡 씨는 “그 무기가 발아래 땅을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알레포에 있는 민간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CNN은 지난 주말 알레포에 200회가 넘는 폭격이 단행돼 최소 65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휴전이 끝난 19일부터 25일까지 사망자가 23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집계했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동부 알레포 지역에는 의사 30명이 부상자 수천 명을 치료하고 있다. 그나마 가동되는 병원 8곳에서 40명만 치료받고 있을 뿐이다. 소아과 의사 압 아라만 알로마르 씨는 “공격을 피해 치료하려고 산속과 지하로 피신하고 있지만 이런 곳들마저 수차례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우린 극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동부 알레포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 시설마저 파괴돼 기본적인 식수마저 끊기게 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벙커버스터 공격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시리아군의 알레포 공습을 지원하는 야만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쪼잔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리더”라고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런 표현은 5년간 이어진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망가뜨린다”며 서방 국가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유엔 난민정상회의에서 평화를 호소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유혈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질 않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6일 “시리아와 러시아가 알레포를 파괴하고 무분별하게 폭파시켜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와중에 협의를 하기는 어렵다”며 시리아 정부의 연합정부 구성 제안을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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