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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기는 ‘면전모욕-말끊기’… 클린턴의 방패 뚫을까

입력 | 2016-09-27 03:00:00

[클린턴-트럼프 27일 1차 TV토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꼬마(Little)’,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거짓말쟁이(Liar)’,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활기가 없는(Low energy)’ 사람….

 특유의 ‘작명 센스’를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경선에서 맞붙은 상대 후보들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선에서 이긴 뒤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의 막말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점잖은 상대방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CNN은 26일(현지 시간) 이런 무례에 ‘면전에서 모욕 주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막말 파이터’ 트럼프 화술 여섯 가지의 첫 번째로 올렸다. CNN은 “클린턴은 노련한 토론가지만 트럼프는 기존의 관습을 깨는 토론 기술을 갖고 있다”며 “어떤 반격을 받아도 손쉽게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여섯 가지 화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이날 밤 9시 시작되는 1차 TV토론의 관전 포인트다. 쟁쟁한 공화당 경선 후보들을 꺾은 트럼프의 조롱과 비난, 억지 발언 등 다채로운 화술이 ‘정치 9단’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먹힐지 관심이다.

 트럼프 화술의 두 번째는 상대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모두 까기 인형’이다.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신경외과 의사 벤 카슨이 14세 때 친구를 칼로 찌르려 했던 아픈 과거를 들춰 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크루즈 상원의원에겐 “당신 부친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옛 애인인 제니퍼 플라워스를 토론회에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다음은 ‘상대 발언 깎아내리기’와 ‘상대 발언 잘라먹기’다. 루비오 의원이 “트럼프타워를 지을 때처럼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데도 불법 이민 노동자를 사용할 것”이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매우 재치 있는 발언”이라며 되레 칭찬해 허를 찔렀다.  트럼프는 ‘화제가 됐던 자신의 발언 재활용하기’에도 적극적이다. 토론회용 발언을 면밀히 준비하기보다는 과거 발언을 활용한 즉흥 발언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이도 저도 안 먹힐 땐 마지막 여섯 번째 화술을 쓸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것은 다 언론 탓”이라며 언론과 사회자를 공격해 위기를 모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1차 토론 사회자인 NBC방송 앵커 레스터 홀트에 대해선 “그는 민주당 지지자다. 토론이 매우 불공정하다”며 이미 밑밥을 깔아 놓은 상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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