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민중 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에 빠진 뒤 25일 사망한 백남기 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부검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하태한 판사는 26일 새벽 부검 기각 사유를 한 줄도 기재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일자 이날 오전 팩스로 기각 사유를 경찰에 보냈다. 진료기록 차트 압수를 허락해 부검이 불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의 부검영장 기각 자체가 이례적이다.
자연사가 아닌 변사(變死), 그중에서도 법적 다툼이 있는 변사는 부검이 원칙이다. 백 씨 측은 당시 시위 진압에 책임이 있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고소하고 국가배상도 청구했다.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된 사망을 부검 없이 종결 짓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진료기록 차트가 아무리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부검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법원부터 관례대로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유가족과 백남기대책위원회는 부검으로 사인이 규명되는 게 아니라 은폐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검에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는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체 해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유족의 서면승낙을 받도록 하면서 형사소송법 제140조에 따른 시체 해부(부검)에는 그 승낙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