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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00m 이어… 조기성, 50m도 金물살

입력 | 2016-09-19 03:00:00

한국 패럴림픽 수영 사상 첫 3관왕




조기성(왼쪽)이 18일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50m(S4등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조기성은 100m와 200m에 이어 리우 패럴림픽 수영 3관왕을 차지했다. 오른쪽은 생활보조요원 권도현 씨. 리우데자네이루=사진공동취재단

“최초라는 수식어가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패럴림픽에서 제 이름이 거론될 테니까요.”

한국 장애인 수영의 간판스타 조기성(21·부산장애인체육회)이 한국 패럴림픽 수영 사상 첫 3관왕에 올랐다.

조기성은 18일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50m(S4등급) 결선에서 39초30으로 우승했다. 조기성은 9일 자유형 100m, 14일 자유형 200m에 이어 마지막으로 출전한 종목까지 모두 우승하면서 한국 패럴림픽 수영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의 역대 패럴림픽 최다관왕은 1988년 대회의 손훈(육상 4관왕)이지만 당시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발족하기 전인 데다 금메달이 모두 733개로 이번 대회의 528개보다 훨씬 많고 출전 선수는 3분의 2도 안 됐다. IPC가 패럴림픽을 주관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한국에서 3관왕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수영 대표팀 곽만재 감독은 “배영을 보완하면 4년 뒤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150m 혼영까지 우승해 4관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기성이 출전하는 S4등급 선수들은 접영을 할 수 없어 배영, 평영, 자유형으로 혼영을 치른다.

지금은 걸을 수 없지만 조기성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워커’(보행 보조기)를 사용했다. 그의 부모가 두 발로 걷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기성은 “워커에 의존해 힘들게 걷다가 휠체어를 타니 정말 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휠체어에 앉으니 세상을 올려다봐야 했다. 비장애인들의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사춘기 소년은 한없이 작아졌다. 조기성은 “지금은 다 지난 일이다. 리우에서 얻은 금메달 3개가 잃었던 내 자신감을 되찾아 줬다”고 말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조기성은 장애 청소년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쾌한 조언을 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절대 울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저처럼 많이 울면 친구들이 ‘선생님한테 혼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피하게 되니까요. 자신도 모르게 ‘왕따’가 되는 거죠. 중학생들에게는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이럴 때만 나를 도와주고 평소에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며 마음을 여는 거죠. 사춘기라 쉽지는 않겠지만 억지로라도 더 밝게 행동하는 게 좋아요. 고등학생들에게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영 선수를 해 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저처럼 ‘공부 머리’가 없어 수영을 하겠다는 후배들에게는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어요. ‘패럴림픽 금메달이 결코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리우데자네이루=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