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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여론에 돈줄 푼 한진… 당장 숨통 텄지만 ‘물 건너 물’

입력 | 2016-09-07 03:00:00

[한진해운 후폭풍]조양호 사재 포함 1000억 지원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진그룹이 6일 ‘1000억 원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날까지 “추가 지원은 곧 배임”이라던 한진그룹이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 이 자금으로 한진해운 일부 선박은 곧 하역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출입 현장의 혼란을 모두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버티던 조양호 회장은 왜?

한진그룹은 전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찾아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채권단의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정작 한진그룹은 ‘빈손’이었다.

기류가 바뀐 것은 6일 오전 9시 반경 정부와 새누리당의 당정협의 결과가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정은 한진그룹이 추가 담보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가 1000억 원 이상을 장기저리 자금으로 긴급 지원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그로부터 2시간 뒤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금 400억 원을 포함한 1000억 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에 이어 정치권까지 압박하고 나서자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당정이 밝힌 대출 지원은 받지 않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물류대란을 야기한 책임을 일부나마 지겠다는 의미”라며 “정부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고 자체 조달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000억 원 규모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당정이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금액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고도 설명했다.

한진그룹의 태도는 그룹 계열사를 모두 팔고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현대상선을 살려낸 현대그룹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현정은 회장보다 오히려 100억 원이 더 많은 사재를 출연했지만 평가는 오히려 부정적”이라며 “한진해운 몰락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 1000억 원의 효과와 한계

한진그룹이 내놓은 자금 1000억 원은 일단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을 하역하는 비용으로 우선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으로 한진해운 선박 중 목적지 항구에 접안하지 못했거나 화물이 그대로 실려 있는 비정상 운항 선박은 모두 85척이다. 화물은 40만 TEU(1TEU는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분), 15조 원어치다. 26개국 50개 항구에서 운항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 신청이 승인된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하역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우선 한진해운이 연체한 유류비 등의 대금과 각 하역에 필요한 구체적 비용을 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지원이 잠시 숨 돌릴 틈을 주는 수준일 수도 있다. 한진해운이 운항 중인 선박들이 하역을 위해 내야 하는 항만사용료와 하역비는 총 2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 측은 일단 선박이 항구에 접안하면 사정이 급한 화주들이 물건을 알아서 실어갈 것으로 기대해 1000억 원이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금과 장비 사용료 등을 모두 합친 상거래상 채무액은 총 6500억 원 수준이다. 각국 법원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선박 추가 압류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을 수 있지만 물건을 싣지 못해 ‘빈 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진그룹의 잇따른 돌출행동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진그룹은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된 바로 다음 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신청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의 이날 자금 지원 발표 역시 금융당국 및 채권단과는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그룹에 물류 피해 상황, 사태 해결에 필요한 금액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한진이 답을 하지 않았다”며 “한진그룹이 내기로 한 1000억 원이 적정한 금액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은택 nabi@donga.com·강유현·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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