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치원 버스 터널속 전복… 안전벨트 안 맸으면 큰일날 뻔

입력 | 2016-09-03 03:00:00

부산 곰내터널서 미끄러지며 사고… 유치원생 21명 중 3명만 찰과상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 10여명… 버스 유리창 깨고 모두 대피시켜




“깜짝 놀랐어요” 2일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에서 유치원 통학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져 있고 탈출한 어린이들이 터널 벽 앞에 앉아 있다. 이 사고로 유치원생 3명이 머리 등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모두 안전띠를 매고 있어 큰 부상자는 없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의 한 터널을 달리던 유치원 통학버스가 터널 벽과 부딪친 뒤 옆으로 넘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스에는 유치원생 21명과 인솔 교사, 운전사 등 23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주변 다른 차량 운전자 등 시민들의 발 빠른 구조작업으로 어린이 3명만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유치원생 모두 안전띠를 맨 것도 피해를 줄였다.

2일 오전 11시경 부산 기장군 정관읍 곰내터널 안 정관 방향 300m 지점. 노란색 25인승 미니버스가 갑자기 기우뚱거리며 중심을 잃더니 터널 오른쪽 벽과 부딪쳤다. 이어 버스는 급히 방향을 틀어 다시 반대편 벽을 들이받더니 곧바로 굉음과 함께 오른쪽으로 넘어졌다.

당시 버스에는 부산 동래구의 한 유치원에 다니는 5, 6세 어린이 21명과 인솔 교사, 운전사 김모 씨(76)가 타고 있었다. 어두운 터널인 데다 부산에 내린 많은 비 때문에 터널 안 도로에도 빗물이 고인 상황이어서 자칫 2차 추돌사고가 우려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사고 버스를 뒤따르던 차량들은 넘어진 버스를 보고 일제히 급정거했다. 이어 차량에 탔던 운전자 등 10여 명은 황급히 버스로 뛰어갔다. 시민들은 유리창 안에서 울부짖는 아이들을 확인했으나 버스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출입문이 막혀 아이들을 구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이 자신의 차량에서 망치와 골프채 등을 들고 와 버스 뒷부분 유리를 깼다. 이어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 꺼낸 뒤 터널 벽면 쪽 배수구 위로 대피시켰다. 이렇게 21명의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5분의 기적이었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버스는 제한속도가 시속 80km인 터널 안을 시속 50km로 달리다 사고 지점에서 갑자기 미끄러지며 오른쪽으로 넘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운전 부주의로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바퀴가 터널 가장자리 턱에 부딪친 뒤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차량 결함 등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