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방송국
하철 회장
소설처럼 태어나서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 하철 미용방송국 회장. 1980년대 초 ‘강병철과 삼태기’ 멤버로 기획을 도맡아 활약하며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아왔던 그다. 그런 그가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38년 만의 귀향이다. 새롭게 행보를 정한 분야는 미용방송국과 개그맨, MC까지 다양하다.
흑백 TV시절, MBC ‘토요일 토요일 밤에’ MC로 활약했을 때 말이 빨라 ‘지하철’이라 불리다가 PD의 권유로 고상하게(?) ‘하철’로 이름을 바꿨다는 그는 특유의 재담으로 과거를 풀어놨다. 유머 코드는 여전했지만, 대화 속에서 그의 굴곡진 인생이 그려졌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하다 5공 시절 여러 방송이 통폐합되면서 방송가를 떠났다. 그는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 미용방송국’의 전신인 ‘포토스 프로덕션’을 설립하며 미련 없이 새 삶을 시작했다.
당시 미용기술이 부족한 아마추어들을 위해 VCR 영상으로 전문 미용인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낙후된 당시의 미용 생태계에서 대박이 났다. 미용인을 위한 시청각 비디오교육 테이프를 만든 것은 한국에선 처음 있는 일로 독보적이었다. 미용방송국의 인기에 힘입어 외국으로 미용기술 비디오를 수출하기도 하고 미용 관련 정보를 담은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국민대에 미용예술 아카데미가 설립되는 초석이 되기도 했다.
순탄한 과정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강남 한복판에 있던 사무실에서 불이 나 벌어놨던 재산들이 홀라당 잿더미로 변한 적도 있었다. 캄캄했던 시절, 지인의 도움으로 VTR 기계를 외상으로 들여와 다시 시작했다. 현재는 약 20개 정도의 채널을 통해 세계 각국의 고급 미용기술을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시사 칼럼가’로 컴백을 알렸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전하는 470편의 동영상을 제작해 미용방송국과 블로그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50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 ‘감’을 잃지 않았으니 여건만 맞으면 무대로도 복귀할 생각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돋보이는 하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