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강세 속 신작 투자 기피… ‘500일의 썸머’ 등 재상영작 인기 다양성영화 스크린 부족 현상 가중
2009년 작품으로 올 6월 재개봉해 14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500일의 썸머’. 동아일보DB
시간이 흘러도 좋은 영화의 가치는 여전한 것일까. 요즘 영화계에 ‘현대판 고전’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2011년 4편이던 재개봉 영화가 2012년 8편, 2013년 28편, 2014년 61편, 2015년 107편으로 5년 만에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이달 22일까지 43편이 재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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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를 만든 허진호 감독은 “멜로·로맨스 장르는 이미 TV 드라마에서도 넘치는 데다 영화라는 매체와 더는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며 “액션, 판타지 멜로 등 장르적 변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개봉 영화의 수익도 짭짤한 편이다. 이 영화들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1만 명 안팎. 이미 사들인 판권을 활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개봉 영화 열풍의 그늘도 있다.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심한 가운데 재개봉 영화까지 인기를 얻자 새로 선보이는 다양성 영화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다는 점이다.
회사원 유모 씨(27)는 “재개봉 영화는 저예산 영화도 아닌데 보통 다양성 영화관을 빌려서 재개봉된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줄고 관객, 배급사, 제작자의 안목 수준이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