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긴급점검]조직위-정부-강원도 엇박자
하지만 예산 부족 못지않게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각자의 목소리만 내며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사사건건 예산 부족을 들먹이면서 조직위 민간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조직위의 민간 직원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 평창 올림픽의 현지 홍보를 위해 마련한 사무실 의자 구입 비용을 예산으로 신청하자 조직위에 파견된 재정 담당 공무원은 “사과 궤짝 갖다 놓고 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쓸 돈 없다”며 면박을 줬다.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 넉넉지 않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 그래서 우리도 아껴 쓰려고 한다. 하지만 뭘 좀 해보겠다고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면 번번이 재정을 담당하는 파견 공무원이 ‘돈도 없는데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묵살해 이제는 직원들도 웬만한 건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1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뒷줄 오른쪽)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의 황영철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주요 경기장 건설 공사 진척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평창=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실제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소치 현지 참관을 갔던 강원도 파견 공무원 28명과 정부 파견 공무원 8명은 조직위 파견 기간이 끝나자 소속 기관으로 복귀해 버렸다. 조직위 예산으로 소치 올림픽 기간에 파견돼 대회 운영 경험을 쌓은 공무원들이 파견 기간이 끝나자 조직위를 떠나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무원들의 잦은 이동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업무 협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월 취임한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이제부터 조직위에 파견을 오는 공무원들에게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도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는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감사원은 3, 4월 감사를 실시한 뒤 “강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비탈면 안정성 검토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개선할 것을 강원도에 통보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8월에야 안정성 검토와 관련한 첫 회의를 열었다. 강원도는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비를 받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업비를 책정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의 사업비가 늘어난 데는 강원도의 책임도 있다.
당초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평창 알펜시아에 있는 스키점프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IOC가 스키점프 경기장은 너무 좁아 개·폐회식 장소로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비 절감을 위해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평창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강원도는 평창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결국 평창에 개·폐회식장(올림픽 플라자)을 새로 짓기로 하면서 추가로 들어가게 된 돈이 1541억 원이다.
이종석 wing@donga.com·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