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제부 기자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을 보면 일반인들의 다이어트 계획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책의 근간이 되는 정부 통계가 BMI 수준이어서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기초 자료는 가계신용통계였다. 이 통계에는 대출받은 가계의 소득과 자산 등 중요 정보가 빠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빚을 낸 사람 중 상환 능력을 갖춘 고소득층의 규모나, 저소득층의 부채 리스크 수준, 가계부채 증가 속도 및 총량 위험도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 발표를 “근육량이나 나이, 질병 유무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요즘 부쩍 살이 쪘네. 특히 뱃살이 늘었어’ 정도의 말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 절하한다.
정확한 진단자료가 없으니 처방도 주먹구구다. 대출이 많이 늘었으니 부동산 공급을 줄여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자는 대책은 ‘체중이 늘었으니 한동안 밥 좀 적게 먹고 운동이나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려면 식단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 운동 중 어느 것 위주로 할지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이다. 며칠 굶고 운동하는 시늉을 하다 체중계 눈금이 줄자마자 다시 ‘폭식 모드’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통계 하나 없는 상태에서 정부 부처마다 금융 탓, 금리 탓, 부동산 탓을 하며 대책회의를 해 봐야 탁상공론에 그칠 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그랬듯 가계부채가 1300조 원, 1400조 원을 넘어서면 호들갑을 떨며 비슷한 대책을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다이어트로는 요요 현상만 되풀이될 뿐이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