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추미애 체제’]
박정희 묘역 참배하는 秋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신임 대표가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함께 2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추 대표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에 이어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도 찾아 통합을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과 함께 현충탑 참배에 이어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추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과제가 있었고, 오늘날은 민생을 살리고 국민이 하나 돼 통합하라는 시대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유산을 함께 안고 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신임 대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최고위원이 동행하지 않은 ‘1인 참배’였다.
○ 김종인 및 대선 주자들에게 릴레이 전화
추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단식농성장을 찾아 유가족들을 만났다. 통합과 민생을 강조한 추 대표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문제를 제1의 민생 문제로 인식했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희생당한 국민 입장에서 역할을 해 달라”, “두 번 배신당하고 싶지 않다”며 9월 안에 세월호 특별법 개정으로 특조위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추 대표는 “당 차원에서, 당 대표 지휘 아래 세월호 대책위를 운영하겠다. 저희에게(당에) 믿고 맡겨 달라”고 답했다.
추 대표는 통합-민생 행보 속에서도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이날 첫 최고위회의에서 “박근혜 정부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법통인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있다”며 “역사를 정권의 논리로 함부로 만지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발언을 비판한 셈이다. 경술국치일인 이날 문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권은 바른 역사 인식에서 출발한 두려운 마음으로 민주주의와 공화제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문 지도부를 대표하는 추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적 이슈인 건국절과 한일 간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념 논쟁을 촉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을 말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골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더 신경을 쓸 거라는 얘기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이 연속으로 3번이나 불참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도 했다.
○ 秋 체제 더민주당 향방은
더민주당의 한 의원은 “추 대표가 취임 첫날인 만큼 기존 지지층을 포용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책임 정당으로서의 정책 이슈 대결이 아니라 과거 같은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의 적대적 공생관계만으로는 집권이 어렵다는 것은 추 대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